몇해전 정성을 다해 수초와 열대어를 키워오다가 급격한 귀차니즘에 빠져버리는 바람에 물생활을 접었었습니다. 

그 당시의 생각도 나고 해서 물생활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저의 물생활 시작은 아마도 마트에서 본 멋찐 1M급 수조에 감탄하여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부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처음엔 30x30 수조에서 부터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밑에 돌깔고 구피2마리 부터 시작을 했었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물생활에 파고들게 된 계기는 아마도 고작 구피 2마리 키우는데 두달이 안되서 전멸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여과기라는 기계를 샀고 전등도 달아주고 풀때기도 바닥에 하나 하나 꽂아주면서 그렇게 미쳐가기 시작했던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한 블로그에서 환상적인 수초항을 보게되면서 일이 점점 커지게 되었습니다. 


30X30 수조를 갈아엎어버리고 관상용에 적합한 2짜수초항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것도 그때쯤 이었던것 같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대공사를 거듭하며 얼추 모양을 갖춘 수초항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첫수초항을 시작하고 아마 한달쯤 되었을때 열대어들을 구해와서 넣은 첫날로 기억합니다.

사진이 뿌였게 나왔지만 혼자 연구하며 여기까지 왔다는게 너무 대견하고 

뿌듯했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사진을 보며 그때 당시를 회상해보면 우선 물잡는거부터가 고역이었습니다.

바닥에 소일을 깔아주고 헤어글라스라는 수초를 핀셋으로 한땀한땀 심어가며 나무와 돌의 위치를 몇십번은 바꾸며 고생했었습니다. 

돌과 나무를 구해와 소독한다고 냄비에 넣고 끓이며 소독하고 있는 저를 보며 한심하다는듯 처다보던 와이프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고압봄베와 레귤레이터를 사왔을때 이것들이 뭐에쓰는 것인지 몰라던 와이프는 하다하다 산소통까지 사오냐며 혼나기도했습니다. 


수초의 성장조절을 위해 이산화탄소 공급량과 광량조절, 수질개선을 위한 각종 약품들과 사료까지 정말 공부도 많이 해가면서 노력했습니다.

중간에 전염병때문에 갈아엎어버린적도 있었고 

광량조절실패로 수초가 타버리는 사고도 있었지만 6개월의 대장정끝에 결국 제가 원하던 2짜수초항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박하던 와이프도 완성된 수초항을 보고 잘했다고 칭찬해주던 날은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수조를 완성시켰더니 또 슬슬 다른생각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물생활을 어느정도 하셨으면 공감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수조를 하나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전혀 다른 스타일의 2짜 수초항을 3개월만에 완성했고 

이후에도 작은 어항하나를 더 포함해 약1년여 만에 3개의 수조를 완성시켰습니다. 


하지만 욕심히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인지 일이 바빠지며 관리가 소홀해졌고 저의 어항들은 모두 폐사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와이프와의 협의끝에 어항을 접게되고 지금까지 다시 손대고 있지 않지만 그때의 모든 장비들이 쌓여있는 창고를 보면 

이번엔 다시 잘해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쉽게 손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물생활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신중하고 지속가능한지 자신의 상황을 잘 파악하신 후에 시작하셔야 저처럼 중간에 말아먹는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시작할 물생활이지만 신중하게 고려해 관리가 가능한 만큼만 욕심을 버리고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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